서문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관이 복잡해지고, 기업도 조직이 복잡해지면서 경영 이념과 목표가 혼란에 빠지고 의사결정의 기준도 모호해진다. 문자의 역사를 보면 6천자가 넘는 쐐기문자와 상형문자들의 복잡한 체계가 20~30개의 글자로 간결화하면서 문명개화의 가속화가 시작되었다. 숫자 또한 10개의 숫자를 사용하는 10진법 대신 2진법으로 디지털화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2개의 요소만으로 삶의 복잡한 세계를 분석하고, 필요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법론을 연구하였고, '수단매체'와 '목적함수'라는 2개의 개념으로 인간 삶의 세계를 분석하여 이를 통한 의사 결정이 가능하게 하기 위한 '삶의 정도'를 이 책에서 발표한다고 한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나를 기대하게 만드는 서문이다.

저자인 윤석철 교수는 1940년 충청남도 공주에서 태어나 패전국 독일이 미국이나 옛 소련처럼 대국도 아니면서 강국이 된 비결을 알고 싶어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 입학했으나, 20세기 국력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눈을 뜨고 물리학과로 진로를 바꿨다고 한다. 대학을 전체 수석으로 졸업한 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 유학하여 전기공학, 경영학, OR(Operation Research)을 공부했으며 귀국해 2005년까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한 분이다.

1963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물리학 졸업

1969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1971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74-2005.7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05.8 – 현재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

아마도 이 책을 읽어 나가며 저자의 의도를 얼만큼 이해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으나, 2019년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어떤 부분이 와닿았는지 최선을 다해 남겨 놓고자 한다.

1부 수단매체의 세계

1장 - 인간의 한계 어떻게 극복 할 것인가?

수단매체란 무엇인가? 저자는 '수단매체란 인간이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그 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도입하는 수단적 매개체'라고 정의 하고 있다. 수단매체는 여러가지로 형태로 구분 될 수 있는데 물질적 수단매체(지렛대, 경운기 등), 정신적 수단매체(지식, 지혜 등), 사회적 수단매체(국가, 국제사회 등) 등이 바로 그것이다.

2장 - 수단매체의 한계가 인간의 한계

수단매체는 인간을 풍요롭게 하기도 하지만 한계에 머무르게 만들기도 한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나의 언어의 한계가 나의 세계의 한계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이를 재해석하면 '모든 사람은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한계에 의해 자신의 세계가 한정된다'는 의미로 풀이 할 수 있으며, 언어 본연의 한계 뿐만 아니라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언어 구사 능력 즉 능숙하게 사용하는 모국어인가 서툴게 배운 외국어인가 등에 의해 한계의 경계가 달라 질 수 있다라는 주장을 펼친다. 필자의 이말에 나는 매우 동감한다. 업무상 외국인과 접할 기회가 많은 나는 영어 혹은 일본어로 미팅을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우리말로 회의를 진행할 때에 반해 내 사고가 유연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종종 받곤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한계는 물질적, 지적, 사회적 수단매체에 각각 적용 될 수 있고 그 예들로써 갈릴레오의 구형 망원경(물질적 수단매체의 한계), 퀴리 부부와 1903년 방사능을 발견하며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베크렐 교수의 방사능 물질의 위험성에 대한 무지(지적 수단매체의 한계), 2010년 4월 10일 폴란드 대통령 레흐 카친스키가 타고 있던 비행기의 추락사고(지혜 수단매체의 한계)를 부연 설명하고 있다.

그 중 카친스키 대통령의 일화가 기억에 남는데 비행기 사고 후 많은 얘기들이 있었지만 조사를 담당한 러시아 검찰 측에서 "항공기에 결함은 없었다"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 사건에 대해 폴라드 전 대통령이었던 레흐 바웬사는 "정부 지도자가 탄 항공기가의 조종사는 회항 등을 결정하기에 앞서 지도자의 의견을 구한다. 조종사는 그 의견에 따를 수도 있고 반하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라는 논평을 하며 카진스키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이 있었을 수 있다라는 의견을 내놓았고 또한 이전에도 비행 착륙 회항에 관한 유사한 사건이 있었을 때 카진스키가 회항 보다는 무리한 착륙을 권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행기 추락의 원인이 카진스키의 잘못된 선택일 수 있었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어 버렸다. 훌륭한 지식인도 지식이 아닌 지혜의 영역에서는 치명적 실수를 범하는 것... 아쉽게도 우리는 이러한 실수를 뉴스를 통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것 같다.

3장 - 수단매체의 고도화

앞장을 통해 수단매체의 중요성에 대해 느꼈다면 이장에서는 수단매체를 고도화 하기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다.

제1의 필요조건-열정, '별을 동경하는 불나망', '대감댁에 시집온 새색시를 연모하는 벙어리 삼룡이'등의 낭만주의의 정서에서 찾을 수 있는 이성과 규범보다는 감성과 욕망을 바탕으로한 열정이 하나의 필요조건이고, 제2의 필요조건-투자하고 인내하며 기다리는 능력이며, 마지막 제3의 필요조건-자연 탐구라고 정의하고 있다.

4장 - 수단매체의 원천은 자연이다

라인강의 기적을 공부하려고 독어독문과를 선택했다가 수단매체의 중요성을 깨달은 필자는 과학기술(지식의힘) -> 경제력(돈의 힘)-> 군사력(총칼의힘)을 낳았다는 깨달음을 가지고 물리학과로 전과한다. 물리학과에서 그는 자연계의 법질서는 아주 간결하고 영원불변함을 느끼고 그 바탕에는 3가지 힘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1. 중력의 세계

2. 전자기력의 세계(전기가 자장을 만들 수 있고, 자석을 움직여 유도전류를 만들 수 있다는 발견이 있었고 자력의 단속적 사용으로 통신신호를 단속적인 전기 신호 형태로 먼 곳 까지 보내는 것이 가능해지고 전화 등의 수단매체가 등장하게 되었다.)

3. 핵력의 세계(핵 분열시 핵자 수는 변함이 없었으나 감소한 질량이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고 이 자연법칙이 지적 수단매체화 되었다.)

2부 목적함수의 세계

5장 - 인간의 소망, 목적함수의 세계

이 장부터 목적함수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하는데 인간은 삶의 질을 높이고 나은 미래를 소망하며 소망의 달성은 필요한 수단매체의 한계에 의해 제약을 받고 이러한 달성 수준이 상수가 아니고 변수가 되며 계량화가 가능한 소망을 '목적함수'라고 정의하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수단매체를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활용하여 어떤 가치를 창출할 목적함수가 빈약하다면 그 수단매체는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어떤 일에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은 1. 목적함수를 정립하고 2 그 목적함수에 가장 적합한 수단매체를 선택하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자연도 목적함수를 가지며 행동한다는 것이다. 필자에 따르면 자연은 시간 최소화, 물자 최소화, 에너지 최소화라는 목적함수를 가지고 행동한다고 한다. 에너지 최소화 상태에 도달한 자연물은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하므로 장기적 차원에서 가장 경제적인 것이 되고 인간들이 자연의 지혜를 배우려는 근간이라 할 수 있다.

6장 - 코스트 최소화 목적함수

중요한 목적함수 중 하나는 '코스트최소화 목적함수'이며 이 목저함수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 패러다임(생각의 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와 방법론)의 전환이다.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패러다임에 하자가 발견될 수 있고 패러다임은 개선 되어야 하는데 이런 개선을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라고 부른다. 이런 패러다미 시프트의 과정을 통해 얻은 진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앞의 선택이 뒤의 선택을 제약한다(Y2K문제) 2. 단기최적은 장기최적을 훼손한다(숲의 파괴의 예) 3. 최적해는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4. 전체최적과 부분최적은 상호 갈등한다(SBS의 올림픽 중계권 독점 시도)

7장 - 이익 최대화 목적함수 비판

코스트 최소화 목적함수와 쌍벽을 이루는 목적함수를 들자면 '이익최대화'이며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에서 이익최대화 목적함수는 경제 발전을 견인하는 원동력처럼 느낄 수 있으나 이익최대화 목적함수는 그림자 코스트를 유발하고 이는 고용축소와 연결 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밝히기 위해 '문제 기반 학습법(PBL)'을 연구방법론으로 채택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림자 코스트란 이익 최대화를 위해 탈락시켜야 할 사람, 기회, 제품 등을 탈락시키지 않고 살릴 때마다 목적함수의 값이 감소되는 양을 의미하는데 기업은 그림자 코스트를 가지는 제품을 퇴출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제품의 퇴출은 그 제품에 관련된 사람들의 퇴출로 이어진다. 자유경쟁 사회에서는 아무리 성실하게 노력해도 자기보다 더 유능한 사람이 나타나면 패자가 되어 도태된다. 이는 실존철학에서 말하는 부조리(不條理)의 하나이다. 작가 카뮈는 "부조리란 인생에서 의미를 찾으며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인간을 좌절시키는 세계의 비합리성"이라고 말한다. 이런 비합리성 때문에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 대하여 하이데거는 "세계는 고뇌하는 인간에게 아무것도 줄 것이 없다"고 했으며 키르케고르는 "지성인은 패배 속에서 승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지성인의 패배, 지성의 희생은 신이 가장 기뻐하는 것"이라고 은유적으로 말했다고 한다.

8장 - 이익 최대화 목적함수의 대안, 생존부등식

인간성과 도덕성을 가진 종으로서 인간은 공존 할 수 있는 실천적 방법론을 개발하고자 하는 것을 이 장에서 설명하고 있으며 그 단서는 곤충과 포유류가 개발한 '주고받음' 속에서 찾았다고 한다.

Value -Price >0, Price-Cost >0 , V>P>C

V-P, 즉 순가치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힘든 존재이다. 그 철학적 의미를 작가는 영국의 계관시인 알프레드 데니슨 경의 시에서 언급한 '적나라(赤裸裸)한 힘'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나력'이란 정치가가 권력 내려놓고 난 후에도 국민에게 존경받고, 교수가 교수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학문적 인격적으로 제자들로부터 존경 받을 수 있는 힘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나력 그리고 동양철학자 노자가 얘기한 '허(虛)'의 철학적 개념이 V-P>0라는 생존부등식을 추구하는 경영에 들어오면 V-P>0만큼의 허를 유지하는 경영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생존부등식 전체를 만족시키는 경영을 위해서는 좌측 부등호, 우측 부등호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3부 수단매체와 목적함수의 결합

9장 - 생존부등식을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매체 1_감수성

생존부등식을 위해 필요한 수단매체 중 첫번째로 얘기하는 것이 바로 감수성이다. 감수성을 필자는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수동적 차원의 감수성과 고객의 마음속에 잠재해 있는 필요 아픔 정서를 읽어내어 그것을 해결 혹은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가 적극적 창원의 감수성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가뭄이 지속되던 시기 측우기를 만들고, 농사직설을 발간하고도 글을 읽지 못하는 국민들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 소화기 환자들이 빵을 먹고 속이 불편하다는 푸념을 듣고 민연의 정을 느껴 시리얼을 개발한 켈로그 등이 가진 감수성은 낙엽을 보며 감상에 젖는 것과는 다른 인간의 필요/아픔/정서를 감지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런 감수성은 고객이 존재하는 현장에서 그들과 직접 접촉하는 가운데 형성된다고 한다.

10장 - 생존부등식을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매체 2_상상력

두번째 수단매체는 상상력이다. 상상력의 유형에는 예술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필요한 '허구적 상상력', 삶의 실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실용적 상상력', 그리고 경험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진리 탐구에 필요한 '초월적 상상력'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이러한 상상력은 아무에게나 오는 것이 아니라 확고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그 달성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한 사람에게 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창조적 행동]의 저자인 심리학자 아서 케스틀러는 '이연연상(二連聯想)'이라는 개념으로 상상력의 근원을 설명하는데 창조자들은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직면할 때 열정과 정열을 쏟아 붇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때까지는 서로 관계가 없었던 어떤 경험과 자신의 목표의식이 돌연 관계를 맺게 된다는 것이 이연연상이다. 일례로 아르키메데스는 시라쿠사의 왕 히어론 1세로부터 왕관이 순금으로 되어 있는지 여부를 알아내라는 명령을 받고 문제 해결에 몰두 하던 중, 목욕탕 속에 들어가면 인체의 부피만큼 물이 넘쳐 흐르게 된다는 현상을 보고 부피/부력의 개념을 발견하게 되는 예가 있다.

11장 - 생존부등식을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매체3_탐색시행

상상력의 현실 적합성과 그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노력으로서 필요한 것이 '탐색시행'이라고 한다. 또한 그 방법론을 1.무엇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경우 2. 옮고 그름을 판별하기 위한 경우 3.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할지라도 경제적 타당성을 판별하기 위한 경우로 분류하고 있다.

12장 - 삶의 정도(正道)

마지막 장에서 미래를 위한 준비와 설계의 실천적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것은 내일을 위한 목적함수를 정립한 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매체를 준비하고 축적하는 일이라고 한다. 목적함수에 빠르게 도달하기 위해 매가 사냥을 할 때 수직 하강 후 속도를 높인 후 사냥감에 접근하는 경로와 사이클로이드 곡선(굴렁쇠 상의 한점이 굴러쇠가 굴러갈 때 그리는 곡선)의 예시로 우회축적이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우회축적이란 눈에 보이는 최단 경로를 버리고 더 효율적인 경로를 찾아 실행하는 전략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미래의 큰 성공을 위해 눈앞의 작은 성과를 포기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정리하자면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래서 한계를 확장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며 이런 도구를 '수단매체'로 정의한다. 수단매체 중에는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물질적인 것만 있는 것이아니라 지식 지혜 같은 지적 수단매체, 그리고 주변 사회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일 같은 사회적 수단매체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훌륭한 수단매체가 있다하더라도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목적함수가 없다면 수단매체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목적함수는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립해야 하며 부단한 자기수양과 미래 성찰을 통해 축적된 교양과 가치관의 결정이다. 목적함수가 정립되었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매체는 우회축적의 방법으로 형성 및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 삶의 정도라고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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