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이란 영화를 본 이후 역사 영화 몇 편이 더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현빈, 한지민 주연의 ‘역린’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흥행에는 실패했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조, 정조가 집권한 시대의 이야기라는 점에 끌려 선택하게 된 영화 ‘역린’의 역사적 배경을 기록해 둡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이전 왕이었던 영조 시대부터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조는 6명의 부인에게서 2남 7녀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그 중 첫 아들인 효장세자는 어린 나이에 죽게 되고 영조가 40이 넘은 나이에 영빈 이씨와의 사이에서 가지게 된 아이가 정조의 친부 사도세자입니다.
영조는 늦은 나이에 아들이 태어난 것을 매우 기뻐했다고 하며, 너무 기쁜 나머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그 실수는 100일도 안된 세자를 생모와 떨어트려 선의황후(경종의 계비)가 살던 저승전에 머물게 하고 경종과 선의황후를 모시던 궁인들로 하여금 세자의 시중을 들게 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영조는 왜 자신과 반대편에 서 있던 그들에게 아이를 맡긴 것 일까요?
영조의 입장에서는 선왕을 모시던 궁인들이 세자를 모시게 함으로 사도세자의 권위를 높여주고, 경종 독살 설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라고 추측되지만, 당시 궁인들은 영조와 뜻을 달리하던 소론쪽과 친하였고 영조의 뜻과는 다르게 동궁(세자가 머무르던 궁)에서는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중록에 따르면 세자에게 공부를 게을리하게 하고, 병정놀이를 가르쳐 놀이에만 빠지게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릴 적 매우 똑똑했던 세자가 점점 변해가는 모습을 보이자 영조는 세자에게 인색해 지기 시작했고 세자도 아버지를 무서워하며 이런저런 이유로 영조의 얼굴을 뵙는 ‘진현’을 계속 빠지게 됩니다. 그리하여 둘 사이는 너무 멀어지게 되고 영조의 사도세자를 꾸짖는 정도는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더해 갑니다. 이러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사도세자는 정신질환을 가지게 되는데 옷 입기를 어려워하는 의대증이 그 대표적 질환이며, 반인륜적인 폭행, 살인, 강간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합니다. 현대의학의 시각으로 한중록을 분석해 본 결과 사도세자는 양극성장애(조울증)의 증상을 가진 것으로 해석 할 수 있으며 당시에는 정신 의학 지식이 부족했기에 허구로 지어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사도세자와 영조의 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아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음으로 몰고 간 사건인 임오화변이 발생하였고 이 때 역린의 주인공 정조(이산)는 어린 나이였지만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고 정조가 왕이 되는 것을 두려워했던 노론 측이 정조를 암살하는 계획을 세우고 정순왕후 김씨(한지민)가 그 계획을 허락하며 정유역변이 발생하게 되고 그날의 하루를 그리고 있는 영화가 바로 역린입니다. 단 정순왕후 김씨를 정조의 숙적으로 묘사하는 것과 노론을 사악한 독재를 하는 무리로 치부하는 것 등의 묘사는 역사적 고증이 부족했다는 의견 또한 있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역사적 사실 이외에 영화를 보며 몇몇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요. 배우들의 대사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고 배경음악은 너무 커서 음향 발란스가 맞지 않았던 것이 하나이고, 나머지는 현빈이 왕의 역할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얼굴인 것 같다는 부분입니다. 물론 현대극에서 현빈이라는 배우는 이미 매력을 충분히 뽐내고 있지만 왕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보진 않았으나, 그렇다고 너무 지루하지도 않았던 영화 ‘역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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