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소주를 접해본 것은 대학생,, 아니 엄밀히 말하면 고등학생 때였다. 수능 시험 대박을 기원하기 위함이라는 명분 하에 수능을 100일 앞 둔 시점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하나의 문화(?) 였던 당시 나는 소주를 처음으로 맛 보았다. 오래전 일이라 생생하진 않으나 종이컵 반컵 정도를 따르고 한 번에 마셨는데 너무 쓰고 맛은 없었으며 차가운 알코올 성분이 빈속으로 내려가는 느낌이 마치 빈속에 건전지를 대고 있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왜 맛없는 이런걸 마시지?라고 생각하며 주위를 돌아보니 계중에는 친구들 앞에서 센척하고 싶은 마음에 병나발을 부는 아이도 있었던 것 같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본격적으로 친해지기 시작한 초록병 소주,, 요즘도 가끔 마시고 있으나 대중적인 술이고 오랜기간 마셔서 익숙해진 것인지, 내 취향에 맞는 술인지 햇갈릴 때가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마셔온 소주가 어떻게 만들어진 술인지 궁금하여 이곳저곳 찾아보았다. 

 

 

 



먼저 오늘날 우리가 마시고 있는 소주를 이해하기 위해서 소주의 과거를 조사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얼마전부터 우리가 마시는 초록병 소주가 대중화 되기 시작한 것일까?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싼가격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야 했을 것 같은데 그 배경은 어떠했는지 알아보자. 1905년 일본에 의해 강제로 체결된 을사늑약을 시작으로 1909년 주세법(酒稅法)이 제정되고, 1916년 주세령(酒稅令)이 발표되면서 일본은 주류에서 세액을 징수하기 위한 기반을 다진다. 이를 더욱 철저히 관리하고자 가양주의 제조는 전면 면허제로 바뀌게 된 것이 하나의 큰 배경이다. 주세령에 따르면 '자가용(自家用) 술은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으며 자가용 술의 제조자가 사망하였을 경우 상속인은 술을 제조해서는 안된다'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일본은 이러한 규제를 이용하여 일본에서 주정을 들여와 고을마다 주류공장을 지정하여 생산하고 일본식 청주라는 이름으로 판매하여 총독부의 수입을 크게 증가 시키게 된다. 1918년 총독부의 주세 징수액은 1901년에 비해 12배나 증가하였고 1933년에는 조선 전체의 세액의 33%가 주세로 채워지게 되었다고 하니 급격한 성장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일본식 청주라는 이름의 술이 전국으로 퍼져나간 시기 우리 전통소주는 어떤 상황이었을까? 주세령으로 주조를 제한하자 1916년 30만개에 달했던 전통주 제조장이 1932년에 1개만 남게 되었고 1934년 가양주 면허 제조가 폐지되면서 한국에서 전통 가양주 제조장이 자취를 감추게 된다. 또한 1919년부터는 현대식 주정 공장이 도입되며 초록병의 희석식 소주의 원재료인 주정을 대량으로 생산하게 됨으로서 대부분의 소주 제조장에서는 주정을 이용한 희석식 소주를 생산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은 해방 이후에도 한국전쟁 등을 격으며 식량난이 심각해지자 지속된다. 이러한 배경으로 살아남은 술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마시고 있는 초록병의 희석식 소주이다. 

 

 



그렇다면 전통  '증류식 소주'는 어떻게 우리나라에 전파되었고 이어져 왔을까? 

전통 소주의 제조법은 페르시아의 증류법이 몽골을 거쳐 고려로 들어오게 된 것이 증류식 소주의 기원이라고 한다. 몽골의 간섭을 받던 고려 말에 몽골군이 일본 정벌을 위해 고려에 병력을 파견하는데 당시 병참기지로 사용되었던 제주도, 개성, 안동 등에 주둔했던 몽골군의 주조법이 지역주민에 의해 전해지며 한국의 전통 소주의 발원지가 되었다고 한다. 고려에서는 소주를 아라길주(阿喇吉酒)라고 불렸는데 땀을 뜻하는 아랍어 'Arak'에 기원한 것으로 중동지방이 그 근원임을 알 수 있다. (단, 증류를 통한 기술은 아랍지역의 연금술사에 의해 발명되었는데, 신라가 아랍과 교역을 한 만큼 이미 통일신라시대에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희석식 소주가 보급되기 이전에는 소주라 하면 증류식 소주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희석식 소주가 시장을 제패한 오늘날에는 소주라고 하면 희석식 소주를 가리키게 되었다고 한다. 음식점에서 "소주한병 주세요~!!" 라고 외치면 "참이슬이요 처음처럼이요?" 돌아오는 답변에서 현재의 우리가 의미하는 소주가 어떤 소주를 지칭하는지 잘 알수 있는 것 같다.


그럼 증류식과 희석식 소주는 어떻게 생산 되어지는걸까? 

증류식 소주의 생산과정은 비교적 이해하기가 쉽다. 물과 에탄올이 혼합되어 있는 원액(밑술)에서 에탄올을 분리해 내어 소주를 만드는데, 물보다 에탄올이 낮은 온도에서 기화된다는 점에 착안한 분리법으로 증류를 택한 것으로 이해 하였다. 밑술로는 탁주, 청주, 막걸리 등 모두 사용이 가능하나 도수가 높고 부유물이 적은 청주가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 



희석식 소주는 물+주정+감미료가 혼합된 칵테일로 이해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칵테일? 리큐르(Liquer)? 그럼 소주는 칵테일인가? 우리나라의 주세법 상으로는 소주로 분류하지만 엄밀히 살펴보면 주정으로 증류된 후에 감미료가 첨가되기 때문에 주류로만 분류하자면 리큐르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렇다면 핵심원료인 주정은 무엇인가? 주정은  타피오카, 감자, 고구마, 쌀 등의 곡물을 발효시킨 후 연속증류하여 얻어낸 95% 고순도 에탄올을 주정이라고 한다. 핵심원료인 주정은 아래와 같은 생산 과정을 거치게 된다.
 1. 원료(타피오카,보리,쌀,고구마 등)를 분쇄
 2. 증자(증기를 이용하여 찌는 과정)
 3. 당화(찐 원료에 당화효소(누룩)와 물을 혼합한 후, 적정 온도에서 전분을 포도당으로 만듦)
 4. 발화 및 여과(농도 10%의 알코올 얻음) 
 5. 증류(고 농도 알코올 생성)
 6. 검정(증류 후 고농도 알코올을 물과 혼합하여 95%로 맞춤)
 7, 저장 후 출고  

생산된 주정에 , 그리고 감미료와 식품 첨가물을 첨가하여 만들어낸 것이 희석식 소주이다. 지역별로 다양한 소주가 제조되고 있는데 다음에는 판매되고 있는 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 종류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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